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실생활에서 만난 영국영어를 바탕으로 문학과 예술로 시야를 넓히는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는 영국이 궁금한 사람들, 영어가 궁금한 사람들, 영국 영어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

 

책이 나온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글을 올리다니 참 게으르다.  2년 전쯤 출판사 안나푸르나에 이메일로 원고를 보냈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출판이 여러 번 미뤄지다가 드디어 지난 8월 21 나의 첫 책 <영국영어 이렇게 다르다>다 출판되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매우 간단하다. 학업 때문에 짧은 기간 영국에 체류한 후 한국으로 쫓기듯 돌아와 영국이 너무 그리워서 영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닥치는대로 섭렵하다보니 그 양이 너무 많아져 하나 둘 씩 적어두기 시작하다가 '이 정도면 책을 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항상 책을 쓰는걸 목표로 하고 살았지만 정말 이렇게 빨리 첫 책을 내게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출판사에서 쓴 소개글이다. 이렇게 자세하면서도 깔끔하게 요약해주시다니! 여러모로 참 감사하다. 맨 마지막 줄에 쓰인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실생활에서 만난 영국영어를 바탕으로 문학과 예술로 시야를 넓히는 방법과 사례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문장이 정확하게 이 책을 대변한다. 

나는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문화예술의 덕을 정말 많이 봤다. 단 한가지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인데 나의 직접적인 경험과 주변인들의 간접적 경험을 봤을 때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활동이라면 어떻게서든 시간을 내서 하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책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보기 힘들다. 영화와 드라마를 이용한 언어 학습의 효과는 아주 놀랍다. 많은 학생들이 내가 추천한 이 방법으로 영어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는데 다들 바쁜 직장인들이라 시간이 없어 효과가 미미해 너무 아쉽다. 회사 일이 끝나면 운동을 하거나 집에 가서 정리하고 씻고 자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언제 영어로 된 미디어를 보고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래서 수업 시간에나마 재미있는 컨텐츠나 미디어가 있으면 공유하며 공부한다. 

내 주변인들이 목차를 보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성하고 전문적'이라고 했다. 아마 내가 영국 영어에 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가볍게 영어 표현 등을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한 듯하다. 나도 처음엔 그런 의도로 시작했는데 글을 쓰기 시작하니 욕심도 생기고 또 몰랐던 자료들이 너무 많아 범위가 조금 커졌다. 이 책을 쓰는 1년 여의 기간이 학생 신분을 벗은 후 제일 열심히 공부 했던 시간이 아닐까싶다. 문학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읽었고 드라마를 소개하기 위해서 봤던 작품들을 또 봤다. 자료를 모으기 위해 영국이나 영어와 관련된 책들을 끊임 없이 읽었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똑똑함이 2단계 정도 상승한 것 같다. 매일 그렇게 공부하며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다음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도 이미 몇 가지나 되고 써 놓은 글도 많은데 어떤 걸로 시작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글자'에 관한 이미지와 생각을 모아 놓은 수필 형식의 책이 두 번째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가 연결해주는 세계와 언어가 덤으로 주는 엔터테인먼트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슬쩍 던지고 싶었다. 공부가 아닌 '문화'로써의 영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검색하면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해리포터만 반복하는 다소 뻔한 검색 결과만 나온다. 그래서 이 뻔하지만 정석인 리스트와 함께 보면 더욱 좋을 내가 추천하는 조금은 덜 알려진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1. Man Up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2015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엄청난 소득을 올린 것 같은 뿌듯함을 안겨 준 영화이다. 한글로 번역된 제목이 조금 유치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런던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를 찾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원래 'man up'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답게 행동하는 것"으로 영화 스토리에 비춰봤을 때 남자 주인공인 잭(사이먼 페그)이 어렵게 찾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남자답게 당당하게 행동해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런던의 야경이 넘치도록 펼쳐지는데 왜 영국을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둘은 워털루 역에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나 인연을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부터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저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에. 하지만 로맨스 영화는 대부분 우연으로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짐으로 이 정도 쯤이야 판타지 요소로 즐겨줄 수 있다.





이렇게 템즈강을 따라 데이트하는 장면도 나오고. 런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여자 주인공 낸시 역을 맡은 레이크 벨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로 자주 나오기에 친숙한 얼굴이다. 항상 털털한 역할의 조연으로 많이 출연한 배우이기 때문에 정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연기가 아주 좋았고 미국인이지만 "이 사람이 영국인이었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영국 액센트도 매우 훌륭했다. 





영국에는 주로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많은데 소소하고 코믹한 로맨스 장르라 좋다. 런던에서 펼쳐지는 알콩달콩 재미있는 사랑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 Fish Tank(피쉬 탱크), 2009



이스트 런던의 council estate(공영 주택 단지)에 사는 노동 계급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바킹(Barking)이라는 도시가 배경인데 바킹은 런던의 해크니보다 더 동쪽에 있는 지역으로 소위 '좋은 동네'는 아니다. 이 지역에서 마치 fish tank(물고기 수조)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미아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성장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영화다. 





이스트 런던에 살던 친구가 6개월 후 재건축 될 카운슬 플랫에 살았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 모습과 똑같았다. 내가 친구에게 이런 곳에 혼자 살아도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건물은 매우 낡았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하고 어쨌든 분위기가 매우 음울하고 거칠었다. 





주인공 미아는 춤을 통해 자신이 처해 있는 삶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미아가 이어폰을 끼고 춤연습을 하는 장면은 정말 뭉클하다.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엄마는 어린 미아가 집에 있음에도 이렇게 친구들을 불러 음주가무를 즐긴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전하는 바도 그렇고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어쩌면 저 엄마도 본인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고 자랐을 수도.





순전히 마이클 패스벤더 때문에 찾아 본 영화였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미아 엄마의 남자친구로 출연하고 설명이 필요 없이 안정적이고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준다. 신기한건 마이클 패스벤더는 의외로 비호감 역할을 맡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럼에도 그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이입하게 만들어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2009년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함께 심사위원상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분위기가 아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아 역할의 배우 케이티 자비스는 구글링을 해보니 영국의 국민 드라마 이스트 엔더스에도 출연했다고 하니 아직 잘 활동하고 있는듯하다. 




3. A Street Cat Named Bob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내가 영국 영화 매니아라는 것을 안 한 학생이 추천해 준 영화다. 그리고 난 그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임스 보웬이라는 영국의 노숙자이자 헤로인 중독자의 실화를 그린다. 헤로인 중독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노숙자 제임스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카운슬 플랫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거기에서 운명같은 밥을 만나고 그의 인생이 바뀐다! 





배우 루크 트레더웨이가 주인공 제임스를 연기하고 고양이인 밥이 연기를 너무 잘하길래 찾아봤더니 실제 고양이 '밥'이었다!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가시지 않게 하는 밥...





이 책은 누구나 서점에서 한 번쯤 봤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 고양이를 통해 인생이 바뀐 노숙자의 이야기라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밥과 제임스는 거리에서 버스킹도 하고 빅이슈도 팔며 점점 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이 영화에는 위기와 고비가 있다. 제임스의 밥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도 둘이 겪는 일들을 보며 눈물이 나기도 하는 그런 감동적인 영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등장인물인 베티는 실제 제임스 역의 루크 트레더웨이와 연인 사이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실제 밥과 제임스 보웬.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동물들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난 반려 동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100% 믿는다. 영국에선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말해주길 노숙자들이 삶을 향한 희망을 끈을 놓지 않게하려고 정부에서 반려견을 한마리씩 준다고 했다. 처음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랄 강아지들에게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도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하루종일 집에 혼자 두고 키우는 사람들보다 어딜 가든지 함께하며 서로 의지하는 주인들이 반려견들에게는 더욱 좋은 주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숙자들도 반려견을 통해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닌가싶다. 이 후 영국에 다시 갔을 때 빅이슈를 파는 노숙자들을 보면 이 영화가 떠오르곤 했다. 




런던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 영화들을 보고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런던이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릴 적 교회 주일학교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만화로 된 <천로역정Pigrlim's Progress>(1678)을 한번 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존 번연은 다른 작품 없이도 이 작품 하나로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는 작가이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땜장이 기술을 배우기도 한 번연은 16살이 되던 해 영국군으로 입대한다. 3년의 군복무 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결혼을 하는데 당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내는 <Plain Man's Pathway to Heaven>, <Practice of Piety> 이렇게 두 권의 기독교 서적을 갖고 왔다고 한다. 번연이 이 책들로 인해 기독교로 회심했다고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번연의 신앙생활엔 아내의 영향이 컸다.  


기독교를 영접한 후 설교자로 활동하게 되는데 당시 영국의 국교였던 성공회가 아니었다는(비국교도nonconformist) 이유로 체포되어 무려 12년간 감옥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는 이 곳에서 다수의 작품을 집필하는데 언제나 위대한 인물들의 삶에는 큰 시련이 끊임없이 찾아오듯 석방된지 6년이 안되어 두 번째로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 유명한 <천로역정>을 완성한다.









천국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크리스천의 삶을 우화로 묘사한 이 책은 12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17세기에 쓰인 책이다보니 고어체가 사용되어 이런 문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는 책이다.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다면 최근엔 현대적으로 새로 쓰인 버전과 만화로 나온 버전, 또는 어린이용으로 가볍게 재편집된 버전도 많기 때문에 그런 책들을 먼저 접해도 좋다.




주인공 크리스천Christian의 ' The City of Destruction'에서부터 'Celetial CIty'까지의 여정을 그린 지도(http://www.britishmuseum.org)




1628년 영국 엘스토우에서 태어난 그는 1688년 런던에서 죽는다. 그의 대표작 <천로역정>은 영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작: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1678), <거룩한 전쟁The Holy War>(1682)




"Dark clouds bring waters, when the bright bring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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