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검색하면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해리포터만 반복하는 다소 뻔한 검색 결과만 나온다. 그래서 이 뻔하지만 정석인 리스트와 함께 보면 더욱 좋을 내가 추천하는 조금은 덜 알려진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1. Man Up (런던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2015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엄청난 소득을 올린 것 같은 뿌듯함을 안겨 준 영화이다. 한글로 번역된 제목이 조금 유치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런던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를 찾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원래 'man up'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답게 행동하는 것"으로 영화 스토리에 비춰봤을 때 남자 주인공인 잭(사이먼 페그)이 어렵게 찾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남자답게 당당하게 행동해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런던의 야경이 넘치도록 펼쳐지는데 왜 영국을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둘은 워털루 역에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나 인연을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부터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저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에. 하지만 로맨스 영화는 대부분 우연으로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짐으로 이 정도 쯤이야 판타지 요소로 즐겨줄 수 있다.





이렇게 템즈강을 따라 데이트하는 장면도 나오고. 런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여자 주인공 낸시 역을 맡은 레이크 벨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로 자주 나오기에 친숙한 얼굴이다. 항상 털털한 역할의 조연으로 많이 출연한 배우이기 때문에 정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연기가 아주 좋았고 미국인이지만 "이 사람이 영국인이었나?'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영국 액센트도 매우 훌륭했다. 





영국에는 주로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많은데 소소하고 코믹한 로맨스 장르라 좋다. 런던에서 펼쳐지는 알콩달콩 재미있는 사랑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 Fish Tank(피쉬 탱크), 2009



이스트 런던의 council estate(공영 주택 단지)에 사는 노동 계급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바킹(Barking)이라는 도시가 배경인데 바킹은 런던의 해크니보다 더 동쪽에 있는 지역으로 소위 '좋은 동네'는 아니다. 이 지역에서 마치 fish tank(물고기 수조)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미아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겪는 일들을 다룬 성장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영화다. 





이스트 런던에 살던 친구가 6개월 후 재건축 될 카운슬 플랫에 살았었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 모습과 똑같았다. 내가 친구에게 이런 곳에 혼자 살아도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건물은 매우 낡았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하고 어쨌든 분위기가 매우 음울하고 거칠었다. 





주인공 미아는 춤을 통해 자신이 처해 있는 삶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미아가 이어폰을 끼고 춤연습을 하는 장면은 정말 뭉클하다.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엄마는 어린 미아가 집에 있음에도 이렇게 친구들을 불러 음주가무를 즐긴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전하는 바도 그렇고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어쩌면 저 엄마도 본인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고 자랐을 수도.





순전히 마이클 패스벤더 때문에 찾아 본 영화였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미아 엄마의 남자친구로 출연하고 설명이 필요 없이 안정적이고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준다. 신기한건 마이클 패스벤더는 의외로 비호감 역할을 맡는 경우가 꽤 있는데 그럼에도 그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이입하게 만들어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2009년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함께 심사위원상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분위기가 아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아 역할의 배우 케이티 자비스는 구글링을 해보니 영국의 국민 드라마 이스트 엔더스에도 출연했다고 하니 아직 잘 활동하고 있는듯하다. 




3. A Street Cat Named Bob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내가 영국 영화 매니아라는 것을 안 한 학생이 추천해 준 영화다. 그리고 난 그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제임스 보웬이라는 영국의 노숙자이자 헤로인 중독자의 실화를 그린다. 헤로인 중독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노숙자 제임스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카운슬 플랫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거기에서 운명같은 밥을 만나고 그의 인생이 바뀐다! 





배우 루크 트레더웨이가 주인공 제임스를 연기하고 고양이인 밥이 연기를 너무 잘하길래 찾아봤더니 실제 고양이 '밥'이었다!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가시지 않게 하는 밥...





이 책은 누구나 서점에서 한 번쯤 봤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 고양이를 통해 인생이 바뀐 노숙자의 이야기라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밥과 제임스는 거리에서 버스킹도 하고 빅이슈도 팔며 점점 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이 영화에는 위기와 고비가 있다. 제임스의 밥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웃다가도 둘이 겪는 일들을 보며 눈물이 나기도 하는 그런 감동적인 영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등장인물인 베티는 실제 제임스 역의 루크 트레더웨이와 연인 사이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실제 밥과 제임스 보웬.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동물들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한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난 반려 동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100% 믿는다. 영국에선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친구가 말해주길 노숙자들이 삶을 향한 희망을 끈을 놓지 않게하려고 정부에서 반려견을 한마리씩 준다고 했다. 처음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랄 강아지들에게 잔인한 처사가 아닌가도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하루종일 집에 혼자 두고 키우는 사람들보다 어딜 가든지 함께하며 서로 의지하는 주인들이 반려견들에게는 더욱 좋은 주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숙자들도 반려견을 통해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닌가싶다. 이 후 영국에 다시 갔을 때 빅이슈를 파는 노숙자들을 보면 이 영화가 떠오르곤 했다. 




런던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 영화들을 보고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런던이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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