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과연 로맨스 카테고리에 끼워넣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만 이건 남이 하는 불륜인데도 로맨스라고 부르기에 께림직하지 않다는 건 무슨 심리일까. 그렇다고 절대로 불륜을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어쩌다 두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지 또 그들의 위험한 만남의 결말은 어떤지를 차분히 그려간다.
영국은 TV Movie라고 부르는 한 에피소드당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 러닝타임을 가진 2, 3부작 짜리 작품들이 많은데 이 드라마도 그 중 하나이다.
총 두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한 에피소드당 한시간 씩이다. 나는 오랫동안 두고두고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고 있던 중이라 두시간짜리로 끝나버리는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내 목마름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이 드라마는 내가 런던 배경의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다룬 평범한 드라마를 찾다가 발견했다. 영국의 대부분의 드라마는 과학, 범죄, 법 아니면 아예 말도 안되는 블랙 코미디 등 독특한 소재들을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정말 사소한 일상을 다룬 <Gavin and Stacey>같은 드라마는 찾기가 어렵다. 물론 불멸의 EastEnders가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불륜 이야기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거나(주인공들이 배우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겠지만ㅜ) 불쾌하진 않다. <The 7.39>라는 제목은 저 둘이 만나게 되는 매일 습관처럼 타는 7시 39분행 기차를 나타낸다. 극히 평범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한 집안의 가장과 너무 로맨틱해서 가끔은 부담스러울 정도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는 고의로 삶의 자극적인 요소를 찾다가 서로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 본인들의 삶처럼 그저 그렇게 똑같이 흘러가다가 만난다.
여자 주인공인 Sally. Gavin and Stacey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아볼 이 사람! 바로 Smithy와 최고의 콤비를 보여주는 동생 Rudy... <Gavin and Stacey>에서의 코믹한 이미지와 너무 다르게 나와서 놀랐다. 2015년 나온 <The C Word>에서도 그렇고 정말 다양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형적인 영국 젠틀맨 스타일의 수염난 남자주인공 아저씨!!! 나이가 들었지만 멋있다! 여자들이 반할만...(이라고 말하면 안되는데...ㅜ)
집에서는 투명인간 취급,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전형적인 샐러리맨들의 삶을 보여준다. 수 많은 아버지들이 이런 삶을 살고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슬펐다.
불륜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짓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있자면 그렇게 이 둘을 정죄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극 중 후반부에 여자주인공인 Sally가 Carl의 부인에게 "I don't think we are bad people"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렇게 위험한 발언을 할 수가! Carl의 부인 아줌마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들은 참 강인한듯..
워털루 역과 템즈 강, 피카딜리 써커스 등 간간히 런던의 풍경들이 나오기에 그것 또한 매우 반갑다. 런던배경 드라마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을듯.
<밀회>라는 야릇한 제목으로 번역된 1945년작 <Brief Encounter>를 떠오르게 한다.
뒤에 보이는 런던아이가 짠하다. 소재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 및 연출력, 스토리 전개 등을 봤을 때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개인적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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