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3주간 다녀온 뒤로 너무 짧게 다녀온 탓인지 아쉬운 마음과 후유증이 커져서 그걸 요즘 영국 드라마와 영화로 달래고 있다. 최근 정말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봤는데 그 중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바로 <The Thick Of It>
구글에서 평점이 무려 8.8인 어마어마한 드라마이다. 심지어 <The Office> UK가 8.7인데...
이 드라마는 영국인 친구가 꼭 보라고 여러번 권유했을 정도로 영국 내에서도 인기가 아주 많았던 드라마이다. 하지만 정치관련 드라마이다 보니 나오는 어휘나 표현의 수준(말도 엄청 빠르다..)이 꽤 높아서 시즌 1의 에피소드 1 앞부분만 한 세번 본 기억이 난다.
런던가기 전, 비행기안에서 볼 엄청난 양의 드라마와 영화를 준비하다가 다시 생각이 나 광저우에서 경유할 때 호텔에서 한 번, 비행기 안에서 전체 시리즈를 또 보았다. -그리고 런던에서 전체 한번 더 보고 한국와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시즌 1, 시즌 2, 스페셜(1,2), 시즌 3 그리고 시즌 4로 이루어져있고 Department of Social Affairs(후에 DoSAC: Department of Social Affairs and Citizenship으로 합병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핵심 인물 말콤 터커(Malcolm Tucker). Number 10(영국수상관저)의 Director of Communication인데 등장인물 중 영국 총리(실제 등장하진 않고 이름만 언급된다) 제외 거의 제일 직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말콤의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 하고 심지어 해고되기도 한다.
말콤은 Director of Communication답게 언변이(특히 욕 수준이 아주 현란하다) 아주 좋다. 한 에피소드에서만 말콤이 욕하는 장면을 수십번은 볼 수 있는데 새로운 욕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거의 시인 수준이다. 온갖 슬랭을 담고있는 swearing에 스코티쉬 억양까지 더해지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지? 하며 잠시 머릿속이 하얘질 것이다. 말콤이 욕하는 걸 100프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영국영어 능력자.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Hugh Abbot!! 정말 어리버리한 사회부 장관인데 시즌 1,2까지 나오고 스페셜에서 휴가를 갔다고 하더니 3부터 안나온다. 도대체 왜!!!! Hugh만 끝까지 함께 갔어도 내 마음속에서 The Office와 투톱을 이룰 수 있었을텐데...
시즌 3에 새롭게 장관으로 임명되는 Nicola Murray. 이 여인도 은근히 귀엽고 재밌다. 공황장애가 있고 야망은 있지만 실력은 조금 뒤떨어져 욕도 많이 먹고 우유부단해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이다.
장관으로 임명될 때 자녀들의 학교 문제까지 모든 사생활이 탈탈 털리는 걸 보고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연민을 품어봤다.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함께하는 멤버로는 Ollie(위 왼쪽), Glenn(위 오른쪽), Terri(아래 왼쪽)이 있는데 Olly와 Glenn은 장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고문역할이고 Terri는 홍보부장같은 역할같다. Ollie는 거의 말콤의 먹이 수준이고 Glenn은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설자리가 없어져서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된다(프렌즈의 챈들러같은..).
Terri는 일은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약간은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본인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넘치고 스페셜부터 등장하는 Opposition(야당)의 수장 Peter Mannion에게 여성적인 매력을 어필해보려고도 시도한다.
Opposition 멤버들. 왼쪽부터 Phil(Ollie와 항상 티격태격한다), Emma(Ollie의 여자친구이자 Phil의 하우스메이트), Peter Mannion(훗날 DoSAC 장관), Stewart Pearson(말콤과 비슷한 Communication Director 역할을 한다. Opposition의 이미지 담당)
<The Thick Of It>이 더 재미있는 이유는 심각하고 무거울 수도 있는 정치라는 소재를 가볍고 웃기게 풀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안을 만들거나 요직을 임명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들도 말실수에 의해 예상치 못한 경로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시즌 4에서는 어떤 법안이 바뀌면서 그것에 반대하며 시위하던 남자간호사가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해 모든 멤버들이 청문회에 불려가게 되는데 정치계의 씁쓸한 단면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본인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로 물고뜯고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들을 보면 어느나라나 정치판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이 드라마에 빠지면 웬만한 영국의 정치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마스터할 수 있다.
spin off로 미국버전 <Veep>과 영화 <In The Loop>(미국과 영국의 합작같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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