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Life's Too Short> 소개에서 언급했던 코미디 <Extra>는 역시나 같은 인물인 Ricky Gervais와 Steve Merchant가 쓰고 연출한 드라마이다. 이 시트콤은 일단 매우 유명한 셀레브리티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게스트로 나오는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조금 깔짝거리며 웃긴 척 하다가 들어가는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연기를 한다. 이 코미디 역시 처음 한 번 보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곧 이런 류의 유머에 적응되면 헤어나오질 못한다. 리키 저베이스의 모든 드라마는 한 번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훨씬 더 재미있다.
앤디(Ricky Gervais)와 매기는 영화배우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는 엑스트라이다. 화면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오기 위해, 대사 한줄이라도 얻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주연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무시도 당하고 핀잔도 얻으면서 하루하루 배우의 꿈을 키워나간다.
이렇게 플롯만 들여다보면 아련하고 가냘픈 여주인공이 어떠한 시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신데렐라 스토리같아 보이지만 그 정반대이다.
리키 저베이스의 작품 답게 racism, sexism, homophobia를 다룬 유머들이 캐쥬얼하게 나오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민감한 주제와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은 갖고 있지만 꽁꽁 숨기고 있는 수치심까지 모두 드러낸다. 게스트들이 맡은 역할들은 그들에게 너무 꼭 맞아서 신기할 정도이다. 모두들 본인 역할로 나오지만 그 명성과 이름뒤에 숨겨진 다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카메오로 출연한 데이빗 보위(R.I.P...)
데이빗 보위는 앤디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자 갑자기 그 내용으로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인 가사로 앤디가 갖고 있는 모든 취약점을 발가벗겨놓듯 드러낸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다같이 코러스를 따라부르고 데이빗 보위는 앤디의 고통을 공연예술로 '승화'시킨다.
-----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
극 중에서 앤디는 로버트 드 니로를 동경하며 그런 배우가 되기를 꿈꾸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항상 들어오는 역은 대사 한마디 없는 배경 중 한 명일 뿐이고 그나마 운좋게 자신이 쓴 시트콤 <When the Whistle Blows>가 BBC 에서 제작되는 영광을 누리지만 그 역시나 본인이 원하던 진지한 코미디와는 정반대인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유행어만 남발하는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는 저질 코미디로 전락한다. 하지만 평론이 안좋으면 안 좋을수록 시청률은 올라가고 그는 예상치못하게 돈과 유명세를 맛보게 된다.
돈과 인기는 얻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존경받는 배우와는 동 떨어진 삶을 살게 된 앤디의 갈등과 고민은 커져만 가고 인기에 취해 점점 변해가는 앤디를 바라보며 솔직함, 순수함을 깨닫게 해주는 건 앤디의 유일한 친구, 어리버리하고 천진난만한 매기뿐이다. 하지만 이런 매기의 행동과 말들이 앤디에게는 그저 철없는 어린애같이 보이기만 하고 둘의 사이도 점점 멀어진다.
Extras는 그저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이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민과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면서 간간히 감동까지 준다.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인기와 돈을 좇을 것인가, 명예와 존엄성을 지킬 것인가. 어떤 분야이던 간에 예술계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현실일 것이다.
이 시트콤 역시 <The Office>와 같이 시즌 1,2 그리고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꼭 봐야 감동적인 결론을 알 수 있기에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놓치지 말고 꼭 봐야한다.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앤디가 그렇게 존경하던 로버트 드 니로가 직접 출연한다. 아주 잠깐 나오는데 그 카리스마와 포스가 엄청나다... 정말 멋있다. 그리고 리키 저베이스의 섭외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극중에서 앤디가 사람들에게 자신은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웃기는 진지한 코미디를 하고싶다고 말한다. <Extras>가 바로 딱 그 진지한 코미디이다. 이 드라마가 리키 저베이스가 의도한대로 성공했다면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난 아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난 진지한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
개인적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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